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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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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5. 6. 23:29




우연히 tvN 알쓸신잡2에서 '강남'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하는 걸 보게 되었다.

출연진 모두 물론 박학다식 하지만 도시행정에 관심이 많은 나는 유현준 건축가가 바라보는 시선과 항상 의문을 품고 깨달은 바에 대해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며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에 넋을 잃고 봤던 기억이 난다.

 

그가 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감명깊게 읽게 되었고, 같은 주제로 교보문고에서 하는 인문학석강도 운좋게 듣게 되었다.
 

도서는 <명견만리>, <알쓸신잡2>, <어쩌다 어른> 등 일부 방송에서 얘기했던 내용들이 잘 정리된 느낌이다.

적당히 두껍고 알차다.







 


부제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와 목차에서 알 수 있듯 15가지 큰 주제로 건축물과 도시를 바라본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건축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하는데, 건축물은 인간이 하는 모든 이성적, 감성적 행동들의 결집체기 때문에 넓게 다각도에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에서다.

건축물과 도시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건축을 이해하게 될 때 더 좋은 건축물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됨으로써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간과 도시가 더 좋아질 것이고, 그래야 우리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가지 시선으로 분석한 내용이 재밌다.

강남 테헤란로는 걷기 싫은 데 반해 신사동 가로수길은 왜 걷고 싶은지. 100미터 구간에 있는 상점과 건물의 입구의 수를 이벤트밀도라 칭하고 이벤트밀도가 높을수록 보행자에게 새로운 변화와 체험을 제공하며, 주도적 선택권을 준다. 그래서 매번 같은 거리라도 선택의 수가 높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세종로 광화문 거리는 미국대사관, 역사박물관 등 이벤트밀도가 극히 적고, 가운데 드넓은 광장은 주목받기 쉬워 집회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하며 건너가기 쉽게 차선도 축소하고 파리 샹제리제 거리처럼 상점, 노천카페도 많이 설치해 걷거싶은 거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침 얼마전 세종로 광화문광장을 확장하고 차선을 축소한다는 기사(http://www.hankookilbo.com/v/1b6a2c4c1ec54c5a808991bac166a79e)를 봤다.

비슷한 방향이지만, 한쪽으로만 치우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나중에 상점 등이 많이 들어와 이벤트밀도가 높은 걷고 싶은 거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팬옵티곤이라는 영국의 감옥은 죄수를 감시할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원형 중심에 감시탑이 있고, 약간 거리를 두고 주변을 빙둘러 죄수들 방이 배치되어 있다. 감시탑 내부는 어둡게 되어 있고 죄수들 방은 밝아서 간수들은 죄수들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죄수들은 간수를 바라볼 수 없다. 우리도 집에서 불을 켰을 때는 앞집이 잘 안보이고 불을 껐을 때 앞집이 잘 보이는 이치랄까.

이런 팬옵티곤에서 죄수가 잘못했을 때 잘 보이는 곳에서 몇 번의 처벌을 가하면 죄수들은 간수가 자리에 없을 때조차도 어두운 탑 속에 숨어 간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 처벌받을지 모르는 공포감에 스스로 감시하게 된다. 죄수를 감시하는 것은 간수가 아니라 팬옵티곤이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개선문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방사형 구조의 파리의 도로망도 같은 이치이다. 개선문 가운데에서 통제가 가능하다. 이는 권력과도 연결이 되는데, 아래집들이 다 보이는 아파트 꼭대기 펜트하우스는 가장 비싼데 이는 자본주의 권력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공간의 감시와 통제가 좋은 방향으로 효과적으로 쓰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가 안전의 사각지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운동장 주변에 단층 상가를 배치해 감시의 눈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저자는 또 도시의 진화를 인간의 기관의 진화에 빗대었다.

대표적인 도시로써 로마, 파리, 뉴욕에 이르는 과정이 4대강에서 시작된 고대 문명에서 알 수 있듯 물을 용이하게 사용하기 위한 상수도 시스템을 만들어 성장한 로마는 동맥에, 하수도 시스템이 발달한 파리는 정맥으로써 순환계가 완성되었고, 이후 신경계로 진화하는데 이는 통신망이 발달한 뉴욕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아마 이후 중추신경계는 기계와 기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잇는 4차 산업혁명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라는 논제에 독립된 가게로 비유한다. 상점에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과 같다. 상점이 모여있어 넘나들기 쉬운 백화점이 더 장사가 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TV를 많이 보는 이유.

우리의 주거 형태는 점점 아파트로 획일화 되어 가는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너희 집은 몇평이야? 어느 아파트 살아? 물어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비교가 한정적이니까.

예전에는 마당이 있어 다양한 이벤트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매일 변하는 날씨 덕에 다채로운 모습을 선사한다. 그런 마당의 공간이 현재는 아파트의 거실인데 거실에 매일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는 이상 다양한 이벤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일하게 변하는 건 벽에 걸린 TV뿐.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티비 채널을 바꾸기도 하고 그냥 켜 놓으며 이왕이면 더 큰 TV를 찾는다.

 

이 외에도 흥미로운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가는 게 재밌다.

 

 

 

교보에서 진행된 인문학석강 강의 후기를 덧붙이자면..

 

우연히 무료강의 광고를 보고 물론 선착순 신청으로 강의 듣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론 의아했다.

교수, 건축가에 다수 방송 출연으로 나름 유명하고 바쁘실텐데 이렇게 3연강의 시간을 내주신다니.

그런데 강의를 듣고 의문이 조금은 풀렸다.

자신의 전문분야를 통해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며 좀 더 나은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혁명가라고 할까.

특히, 초등학교 설계 내용이 인상깊다.

건축물은 외관뿐만 아니라 점점 진화하고 발전하는데, 초등학교의 모습은 우리 할아버지 세대나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건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이는 교도소와 비교했는데, 직사각 건물에 넓은 운동장 사진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딱 두 부류만 인기가 높다고. 공간이 교실과 운동장 두 개밖에 없으니 교실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와 운동장에서 공 잘 차는 아이일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의 학교생활은 졸업후 회사에서 9시부터 출근하여 일하기 위해 트레이닝된 과정이라며 학교가서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가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며 농담을 하기도 하심.ㅋㅋ 

신도시의 초등학교 설계 공모에서 고성을 오가며 교육부, 또는 관계자와 대립한다고 한다.

'지식은 책에서 배우지만, 지혜는 자연에서 배운다'고 학교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자연 친화적으로 공간을 좀 더 다양하게 설계해서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 한가운데 자연을 두고 여러개 건물로 쪼개 1학년때는 빨간 건물에서 공부하고, 2학년때는 삼각형 건물, 3학년때는 동그란 건물 등과 같이.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 관계자는 다양성이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거 아니냐는 반문을 하기도 했다는; 사회의 만연한 전체주의가 문제라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는 공부 잘하고, 공 잘차는 아이들만 키우는 곳이 아니니까.)

우리는 언제가 학부모가 될테니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진 분이셨다!

공공의 복지를 자신의 전문 분야를 통해 이루려 하시는!!

 

아직 갈길이 멀지만, 자기 자리에서 맡은바 최선을 다하며 하나씩 변화를 추구하면 점점 나은 사회가 될 거 같다는 희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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