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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극 리뷰] 민들레 바람되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2. 19. 17:04



[공연후기/창작연극]

민들레 바람되어

... 결국 종착점은 바로 사랑


 



<공연 안내>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

공연기간    2014.12.12(금) ~ 2015.3.1(일)

출연    조재현, 이광기, 임호, 이한위, 김상규, 황영희, 이지현, 최희진, 권진

관람등급    만 12세이상

관람시간    90분




<공연장 위치 정보>

수현재씨어터(DCF 대명문화공장 3층)











<공연 리뷰> 


2014년 12월 16일. 전날 펑펑 내린 눈과 강력한 한파로 바닥 곳곳은 얼어붙고,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를 뚫고 옷깃을 여미며..

정말 오랜만에 연극을 보러 대학로를 찾았다.

대학로에는 항상 수많은 연극과 공연들이 펼쳐지고, 훗날 스크린에서 만날게 될지도 모르는 대스타가 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거리 이름답게 가는길마다 젊은이들도 가득한 이 곳의 설렘과 생기가 느껴진다.

오늘 볼 연극은 2008년 초연부터 전회 매진, 전국 17만 관객을 울고 웃기게 만들었다는 최고의 창작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이다.

연극은 작은 연극무대 위에 서서 좌석을 가득메운 관객들이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약 90분 동안 극을 이끌어가야하는 배우의 연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런점에서 <민들레 바람되어>는 이미 검증된 그것도 스크린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조재현, 이광기, 임호, 이한위 

그리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왔다!장보리>에서 맛깔나는 사투리와 연기로 인기를 얻은 연민정 엄마 황영희 등이 출연하며 연기력을 보장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민들레 바람되어>는 일찍 사별한 아내의 무덤을 무대배경으로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고 아내를 찾아와 대화하는 형식이며, 

등장인물은 살아있는 남편, 죽은 아내, 그리고 극속의 감초 노부부이다.

안중기 | 아내를 향한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을 간직한 남자
오지영 | 젊은 모습을 간직한 채 남편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여자
노인 | 뒤늦게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는 멋쟁이 할아버지
노부인 | 바람둥이 남편 생각만 하면 울컥하는 참견쟁이 할머니

 

먼저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일편단심 남편 안중기역은 조재현, 이광기, 임호가 트리플 캐스팅이다.

다들 연기력이 출중해서 어떤 안중기를 봐야하나 오히려 고민하게 만든다. 

30~60대의 늙어가는 모습이 어떨지도 물론 궁금하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변하는 감정들도 이 연극이 기대가 되는 포인트이다.

각 배우들의 특색있는 각기 다른 안중기의 모습이 상상이 됐다.

이날 안중기 열연 배우는 임호이다. 실제 나이는 40대이지만 동안이라 풋풋한 시절의 30대 안중기. 중년아저씨 40대의 안중기, 자식을 출가시키고 늙어버린 50대, 60대의 힘없고 쓸쓸한 노인의 모습까지 짧은 시간안에 각 세대에 몰입해서 연기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아내가 죽은지 약 2년 뒤, 아내가 있는 곳을 꽃다발과 함께 찾은 안중기.

아직 한참 어린 아이를 위해서라도 재혼을 허락받으러 온다. 곧 그녀가 올꺼라며 녹음기를 켜두고 떠난다.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겠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신중해야 된다며.. 그런 얘기를 듣는 아내는 혼란스럽다. 그동안 자기가 못했던 것 같고. 불러봐도 붙잡아봐도 대답이 없다. 그런 아내는 답답하기만 하다.

한참 세월이 흐른뒤, 계절도 바뀌고.. 다시 찾아온 남편.

새 아내가 있지만, 말 못할 고민은 처음 아내의 무덤에서 주저리주저리다. 승진 탈락한 애기며, 아내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재현까지 귀여운 남편의 모습에 아내는 웃고 있다. 그리고 아이 얘기에 한번만 다시 만져보고 안아보고 싶지만 그럴수 없다. 아내는 몹시 답답하고 슬프다.

세월이 또 흘러흘러, 중년으로 접어든 남편. 회사에서는 책임자급으로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가정생활, 아내와 자식한테는 좋은 남편, 아빠가 못하는 모양이다. 말못할 고충들을 또 와서 주저리주저리 말한다.

그런 남편을 아내는 위로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안좋았던 과거를 회상하며 분노에 휩싸이며 언쟁하던 장면. 비바람이 치고 커다란 음악소리에 사실 배우들의 말이 또렷이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오해와 아픈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남편은 아내를 몹시 처절하게 그리워한다. 하지만 더이상 볼 수도 잡을 수 도 없다. 그냥 사진을 보며 예전 아내의 유품을 보며 그리워하며 슬퍼할 뿐이다.

또 다시 세월은 흘러흘러 이제는 서있기조차 불편한 노인 모습의 안중기가 나타났다.

이때 임호의 연기에 속으로 감탄하며 집중해서 보았다. 허리가 굽어지고 눈도 떠지지 않고 글자도 잘 안보이며 소주를 따르는 손은 수전증까지..

재혼한 아내와도 이혼하고, 하나뿐인 딸 아이도 결혼시키고 이제는 진짜 혼자 남은 쓸쓸하고 외롭고 힘없는 노인이 보였다.

아내의 무덤을 찾아 마지막으로 안아달라며 손을 뻗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자기가 기댈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며..

공연 중간부터 훌쩍거리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이때는 눈물을 훔치는 중년의 남성분들도 간간히 보였다.

마지막 장면은 다시 결혼하기 전 아내와 첫만남때로 돌아가서,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미리 알아 호감을 얻는 노력하는 안중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랑으로 시작한 것은 사랑으로 끝이 났다.

 

나는 아직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안낳아 봤고,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도 먼저 보낸 적이 없어 그들의 슬픈 감정이 전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백프로 공감을 하진 못하였다. 하지만, 힘들게 우리를 키웠을 부모님 그리고 내가 성장하면서 봐왔던 우리 아버지 모습을 생각하면 쉽게 공감이 되었다.

 

이와 대비적으로 보여지는 감초 노부부의 연기. 슬픈 스토리이지만 귀여운 노부부의 행동과 대화에 웃음이 절로 났다.

이날은 이한위와 황영희씨의 공연이 아니어서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실제 노인이라고 믿어도 될만한 대학로 연기파 배우 김상규, 이지현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젊은시절 바람도 많이 피웠다지만, 4남5녀? 많은 자식들을 두고 50년 넘게 함께 살며, 할머니가 병으로 앓아 눕자 지극히 간호하고 기도하며 심지어 목사님이 된 할아버지. 결국엔 두분다 죽어서 바로 옆에 나란히 묻혔다. 죽어서도 함께 알콩달콩인 노부부의 모습이 일찍 사별한 커플의 모습이 더 애잔하게 비춰졌다.

'이 세상 가장 소중한 인연인 부부를 위한 따뜻한 러브스토리'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관객석엔 물론 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중년의 부부들 나이드신 분들 특히 남자분들도 많았다. 그분들에겐 더 가슴으로 와닿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추운 겨울, 한해를 마무리하는 겨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옆 남편 또는 아내임을 다시 생각하며 두 손 꼭잡고 이 공연을 한번 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

친숙한 배우들도 나오고, 작은 밀폐된 공간에서 무대 위에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찐한 감동을 느껴보면 어떨지.

노부부가 주는 웃음은 덤이다. ^^

조재현, 이광기의 또 다른 모습의 안중기도 보고 싶다. 그래야 <민들레 바람되어>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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